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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봄에서 2024년 서울의 봄 그리고 눈물 한 방울 톡
프라하의 봄에서 2024년 서울의 봄 그리고 눈물 한 방울 톡
  • 주폭선생
  • 승인 2024.01.29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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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2024년 신년음악회 ‘나의 조국’

 

 

스메타나 '나의 조국' 중 제2번 '몰다우'

공연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제2곡 ‘몰다우’로 시작된다.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독일어 디 몰다우)을 소재로 한 곡, 힘든 근대사를 겪은 체코 국민의 애환이 깃든 아름다운 곡이다.

‘몰다우’라는 곡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휴대폰이 되고 광명심포니가 충전기가 되어 나를 전기 콘센트에 꽂아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곡이 한국 교육과정에 있는 곡이고,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소곡으로 배울만한 곡이라 연주가 끝날 때 특유의 뽕 끼에 젖어서 흥얼흥얼하며 공연장을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셈여림 조절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앰프 마스터 볼륨을 줄였다 키웠다 하는 것 같은 이 부드러움으로 인해 뽕 끼가 좀 가라앉았다.

이런 느낌은 마치 박하사탕인 줄 알고 먹었더니 츄파춥스 딸기 맛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드보르작 '현을 위한 세레나데

"Moderato"는 이상적인 평온함으로 시작된다. 이 악장은 찬송가와 애국가를 섞은 느낌으로, 편안하고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Tempo di valse"는 익숙한 왈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국적인 강력함에 귀가 반응한다. 가벼운 느낌은 아니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Scherzo"는 어딘가 빛이 비쳐오는 듯 쾌활한 전개. 이 악장은 이전 악장인 왈츠와는 다른 활기를 느끼게 하는데, 선율은 왈츠보다 밝고 가볍다. 그래서 귀를 향해 왔다가 갔다가 하는 동안 조금 어려움을 겪게 된다.

"Larghetto"는 이전 두 악장의 빠르기를 눌러주며, 약간의 무게감이 실린다. 중반부에는 새로운 아름다운 멜로디가 등장하며 서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마지막 악장인 "Finale, Allegro vivace"는 도입부의 강한 멜로디로 시작하여 심장에 꽂히는 느낌을 준다. 후반부에는 다시 첫 번째 악장의 멜로디가 나와서 곡이 끝나감을 알리는데, 이는 잊을 수 없는 마무리를 선사한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Op.47'

2012년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초연에 이후 12년 만이다.

지휘자 게르기에프는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을 이렇게 요약했다. "스탈린은 절대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요, 폭군이었다. 하지만 스탈린이 억누를수록 쇼스타코비치는 더욱 강해졌다. 스탈린의 압제는 이런 의미에서 쇼스타코비치의 모든 음악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12년 전 광명심포니의 초연에서 광명시민회관이 레닌그라드 광장이었다면, 12년 후 지휘자 김승복은 “2024년 서울의 봄”이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영화를 보는 것처럼 즉각적인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도 매우 인상 깊다. 단지 4악장에서는 흥분과 환희를 살짝 누를 수 있는 깊은 고뇌의 눈물 한 방울만 떨어트려 희석해 주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요한 스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

본래 클래식에서 박수는 전 악장이 끝난 후에야 등장하지만, 이 곡만은 관객들이 오케스트라에 맞춰 박수를 칠 수 있다. 김승복 지휘자는 관객들에게 눈짓을 주며 강세만 조절할 뿐, 박수 소리만으로 연주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면 매우 재치 넘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쇼스타코비치에서의 ‘눈물 한 방울 뚝’에 대한 아쉬움을 이 곡으로 마무리하는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나의 아저씨 누가 죽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