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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대의 도시재생 이야기
광명 도시재생 이야기(4) - 밀도 그리고 함께 살기
2019. 11. 17 by 선데이광명

밀도 그리고 함께 살기

광명시 도시재생 이야기(4)

 

황종대 광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황종대 광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광명 뉴타운은 2019년 11월 현재 여전히 진행형이다.

벌써부터 뉴타운 해제지역의 사람들은 옆 동네 뉴타운 진행지역과의 격차를 걱정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차별 받지는 않을지, 지역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을지 등등.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과 걱정은 부동산 가격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지역 간 불균형일 것이다. 뉴타운으로 시작된 지역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적어도 향후 십 수 연간은 계속 될 것이다.

아파트 단지 개발의 가장 큰 맹점 중의 하나는 세대 수를 최대화시킬 수 있는 단지의 규모, 즉 용적률이다. 사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비사업의 특징 상, 법규가 허용하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세대수를 위해 공공성, 인간적인 척도, 지속성을 포기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아파트는 대규모 단지일수록, 세대수가 높을수록 더 높은 가격에 매매된다. 아파트의 가치는 시공사 브랜드의 네임밸류와 더불어 단지규모와 지역에 큰 영향을 받는 듯하다.

도시재생 협치토론회
도시재생 협치토론회

 

이번 칼럼에서는 같이 살 수 있는 규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것을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밀도”라는 표현을 쓴다. 밀도는 아파트 단지의 세대수나 인구와도 관련이 있고, 행정구역에서 이야기하는 통, 반의 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저층주거지역, 흔히 우리가 단독, 다세대 밀집지역이라고 부르는 지역에서는 통, 반의 개념이 작동한다.

이런 지역에서 통장, 반장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통반의 가구 수, 가구 별 가족 수, 임대차 현황 등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 분들은 지역 공동체를 잘 이해하고 있고, 지역 구성원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면 통, 반은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통, 반의 자세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고사하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 한다.

물론 여기에는 비교적 젊은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거주민의 특성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특성으로 인한 익명성, 세대별 개별화의 특성이 더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맺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물리적 범위의 한계를 갖고 있다.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관계를 무한으로 확장할 수 없으며,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때 상호교류가 아닌 자아보호 본능이 작동하는 것 같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나는 층간소음 문제, 주차의 문제,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는 문제 등은 평소에 이웃사촌으로 관계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극도로 개별화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작은 문제들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난개발로 이야기하는 소위 나 홀로 아파트의 경우, 신기하게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보다 용이하게 공동체적 특성을 갖고 서로 간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아파트에서 적지 않은 경우에 명절에 선물을 교환하고 음식을 나눈다. 수능을 보는 아이가 있는 집에 격려의 선물을 주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 작은 선물을 문 앞에 걸어두기도 한다. 거주자의 동선이 겹치는 것을 최소화시키는 아파트의 특성 상 자연발생적인 공동체 형성에는 한계가 있으나, 비교적 적은 규모의 사람들이 모여살기에 상호교류가 어느 정도 일어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비해 저층주거지역은 어쩔 수 없이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밖에 없다. 골목을 중심으로 주차문제, 쓰레기 처리문제 등이 발생하고, 골목 청소도 함께 해야 한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치는 골목에서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을 고민해야 한다. 골목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는 부족한 공간으로 인한 물리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함께 모여서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공공의 장을 갖고 있다. 서구에서 이야기하는 도시공간의 “아고라”가 우리의 저층주거지역에서는 규모가 축소된 골목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택 발코니나 베란다에 앉아서 골목에 지나는 이웃들과 쉽게 상호교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층주거지의 물리적 구조가 공동체적 삶에 조금 더 가깝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도시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적절한 밀도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도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적절한 밀도”라는 논의가 필요하다. 도시의 물리적 인문적 구조는 공동체적 삶을 담아 낼 수 있어야 한다. 서로가 관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하고, 공동체의 규모가 물리적 밀도, 도시 용적률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광명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이고 인문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일시적인 이벤트로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동일하게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해 없는 물리적 사업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의 물리적 인문적 구조에 대한 논의가 약하다. 우리 일상의 삶,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서는 도시의 관리와 더불어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도시 활성화에 대한 이벤트적 논의보다는 일상 공간에 대한 디자인, 지속가능한 구조, 적정 밀도에 대한 이야기를 골목을 중심으로 펼쳐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공동체를 담는 그릇, 지속가능한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첫 걸음은 서로 간의 관계성, 이웃됨을 정의함으로 시작되며, 우리가 함께 사는 삶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자본이 아닌 공동체적 관계여야 한다는 시민의식에서 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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