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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도시재생 이야기(1) - 자본에 빠진 도시
광명시 도시재생 이야기(1) - 자본에 빠진 도시
  • 황종대 광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 승인 2019.02.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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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도시재생 이야기(1) - 자본에 빠진 도시

 

황종대

광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광명시 부동산의 시장성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서울에 인접한 입지 조건과 (서울에 비해) 약한 법적 규제로 투자자들이 항상 주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발맞추어 개발의 수요가 발생하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부동산 열기가 빠르게 식는다. 주민들은 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의 지정과 해제, 안양천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아파트 지역의 재건축 사업의 추진으로 이미 많은 학습을 해 오고 있다.

주민들, 특히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은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각자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지역의 도시 정책과 개발 사업에 관여하길 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 관리와 지역 개발은 부동산 가치 상승이 가장 우선 목표가 되고,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다양한 세력들은 외부 자본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공공보다 더 큰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도시 관리는 상당부분 시장에 맡겨져 있다. 부족한 공공재원과 민간의 투자(투기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지만)로 대변되는 행정과 민간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 주거환경정비사업 및 재개발, 재건축 등의 방법으로 도시를 관리하고 있다.

이는 광명의 뉴타운 사업과 같이 민간자본의 투입을 통해 공공시설을 확충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며 도시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이익 극대화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업비를 제공하는 외부 자본은 분양가의 극대화를 통해 큰 수익을 얻어야 하고, 적지 않은 분담금을 지출하는 조합원들의 대부분은 향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고 보다 좋은 지역으로 이동할 기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최대한 고층 밀집의 아파트단지로 개발하여, 분양가를 극대화해야 한다.

부동산 수익의 극대화는 공공성의 약화를 의미한다. 물론 기존의 도시 기반이 워낙 열악하여 최소한의 공공시설과 도시 기반의 확충은 거주민들의 숨통을 트여준다.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고, 도로를 확장하며, 주차장이 확보된다.

그러나 도시 관리에 있어서 공공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축소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공은 적극적이고 세부적인 도시 관리 방안을 세울 수 없다. 공공이 세우는 중장기 도시계획은 구체성을 갖기 어려우며, 지구단위계획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물러나게 되고, 경관계획과 디자인지침은 이상적인 계획으로 남거나 실현 가능한 부분을 찾아서 궁색한 몇 가지 방식을 제안하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여기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개발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포화상태로 개발된 도시는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시점에서는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민간이 제공하는 공공시설은 사업지 외곽에 사업성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급될 것이고, 아파트 단지 내에는 이용 빈도가 낮은 공동시설과 놀이시설이 조성될 것이며, 단지 바깥에는 좁고 협소한 녹지축이 만들어져 공공에게 제공될 것이다.

다양한 기능이 혼합되지 못한 도시는 지속을 기대할 수 없다. 베드타운으로 주거의 성격이 강한 광명에 계속해서 아파트 단지 위주의 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파트 단지 중심의 도시구조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는 정착보다는 유목적 성격이 강하다. 고향은 없어지고, 내 마을 내 지역이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주거를 필요에 따라 재산의 증식을 위해 언제든지 옮길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역 공동체의 약화로 이어지고, 지역 내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허락하지 않는다. 광명을 정주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 내에 다양한 행위가 혼합되어야 하고,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

개발의 요구 뒤에는 자본이 있다. 자본은 수익 외에 다른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수익을 위해 주민들을 부추기고, 지역의 갈등을 조장한다. 지역은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서로 원수가 되어 싸운다. 이 갈등은 사업이 완료될 때 까지 지속되어 공동체는 완전히 붕괴되고, 새로운 주민들이 새로운 아파트 단지에 이주하는 것으로 개발이 끝나게 된다.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된 지역에서 부동산 수익에 대한 자랑은 들어봤어도,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성숙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도시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공의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과 생활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을 통해 공공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민간 투기자본에 비해 제한적이고 그 효과가 충분하지 못하며, 공공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폭주하는 주민의 요구와 지역의 필요, 자본의 도전 앞에서 찔끔찔끔 떨어지는 공공재원으로 힘든 싸움을 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본을 우리의 입맛대로 이용하고 다룰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달콤함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가치를 포기하고 자본의 요구에 종속되어, 다음 세대에 과중한 부채를 물려주게 될 것이다. 우리 시가 지속가능한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일차원적인 논의를 넘어서, 우리 스스로 “새로운 차원의 개발과 공존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 광명 도시재생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아파트 단지의 역습, 새로운 차원의 개발과 공존 등의 내용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