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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도시재생 이야기(6) -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 주거재생과 주거공동체
광명시 도시재생 이야기(6) -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 주거재생과 주거공동체
  • 선데이광명
  • 승인 2021.02.1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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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도시재생 이야기(6)

-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 주거재생과 주거공동체 -

광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황종대

 

2018년 뜨거웠던 가을 - 광명시 도시재생 전략계획 주민공청회

광명시는 2017년 12월부터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2018년 추석 직후, 주민공청회에는 무려 340명이 넘는 주민이 참석했다. 당시 첫 삽을 뜨기 시작했던 광명 뉴타운 16구역의 높은 분양가로 뉴타운 해제지역이 들썩이기 시작했고, 수면 아래 가라 앉았던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민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져서 개발과 보전에 대한 격렬한 토론을 이어갔다. 공청회는 예정된 2시간의 시간을 훌쩍 넘겨 무려 4시간을 지속했다. 이날의 공청회는 도시재생과 개발을 둘러 싼 격렬한 논쟁의 신호탄이 되었다.

 

광명, 수도권 도시재생의 전위에 서다

광명은 서울지하철 7호선이 지나가는 서울생활권이다. 좋은 입지조건에 경기도의 건축규제가 적용되어,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 중 하나이다. 광명동 뉴타운과 철산아파트 재건축은 수도권의 개발사업을 이끄는 한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곧바로 지역의 개발 논쟁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금리인하로 수도권 개발이 타오르기 전부터, 광명은 이미 부동산 개발의 태풍 속으로 진입해 있었다.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도시재생의 속도를 계속해서 늦추었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은 도시 내 다양한 관계를 엮어가면서 종합적인 재활성화를 추구하는, 노후한 원도심 도시관리의 주된 방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독한 불운인지 필연적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도시재생은 현재 주거재생에서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 뉴타운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대적으로 도시재생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10년이 훌쩍 넘은 기간을 지나 이제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뉴타운과 이제 2~3년이 채 안된 도시재생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큰 모순일 수 있다. 더욱이 가파르게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 그간의 수 많은 부작용을 한꺼번에 덮어버리는 것 같아 한 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한 주거재생이 설득력 있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 역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광명은 개발 논쟁을 피하지 않았다. 주민과 행정 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보다 좋은 대안을 찾기 위해 토론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대토론회로, 지역 내의 소규모 토론회와 설명회로, 때로는 도시재생대학의 형태로 공론이 장을 이어갔다. 2018년도부터 이어진 논의는 기존의 도시재생의 틀을 벗어난 주거재생의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던져 주었다. 광명은 서울보다 약 2년 앞서 개발과 보존의 논쟁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지속가능한 개발 - 개발과 보존의 이분법에서 벗어나라

최근 많은 작가와 전문가들이 개발과 보존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 이러한 논쟁은 환영할 만 하지만,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아파트단지가 르꼬르뷔지에가 꿈꿨던 빛나는 도시라고 주장하는 개발론자도 있으며, 도시의 물리적 개선보다는 공동체와 마을의 지속을 주장하는 보존론자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도시가 전쟁 직후의 무너진 도시를 개발을 통해 재건하려는 100년 전 논리에 머물러서도 안되며, 공동체를 통해서 우리 도시가 지속할 수 있다는 낭만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지역 내의 다양한 주체들의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도시의 물리적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해야 한다. 우리의 도시가 현재의 공동체 뿐 아니라 시간을 흘러 미래의 공동체와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되어야 한다. 개발과 보존의 이분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개발 방식과 형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부동산 가치 상승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개발 방식에서는 도시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이 배제될 수 밖에 없다. 주택은 재산이기 전에 거주하는 공간이며, 인간의 존엄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공동체가 함께 거주하는 도시공간은 개인의 이익과 편리함 보다는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성을 우선적으로 담보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 공동체와 지역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개발의 규모를 소규모로 전환하고, 지역 공동체가 개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주거재생을 향해 우리 사회가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광명의 주거재생 - 보존가치가 없고 자력재생이 불가한 곳에 대한 처방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한 다가구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인 광명 원도심은 분명 물리적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광명 도시재생에 포함된 정비사업은 보존가치가 없고 자력재생이 불가한 곳에 공기업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가운데 시행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요청이나 주택 가격의 상승을 통한 민간주도의 개발이 아니기 때문에, 제한적이지만 공공의 개입이 가능하고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아울러 베드타운(Bed town)에서 정주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주민공동체의 활성화, 주민주도의 지역관리는 계속해서 유효하다.

우리의 아파트 단지는 신유목민(Neo-nomad)이라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잘 부합하는 주거형태로, 정주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광명이 수도권의 베드타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 중심의 개발보다는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재생사업이 필요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주거재생이 우리 도시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진일보한 재생사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미래 - 도시의 공동체성, 그리고 공공성

이제 주거재생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도시재생에서 정비사업은 필연적으로 공동체의 약화를 유도하고 공공성에 도전할 것이다. 자칫하면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정비사업 지원조직으로 전락하거나 주민지원조직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도시재생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 구조를 위해서는 주민공동체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첨예한 이해관계에 갈등을 조정해야 하며, 정비사업으로 이탈하는 주민을 막기 위한 장치들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또한 정비사업 이외에 다양한 주거재생의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이미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한 소규모 정비사업, 주민이 직접 시행하는 개발사업이 시도되고 있다. 동시에 우리 사회는 저층주거의 지속 가능성과 다양한 개발 방식을 시험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 공동체 지원 조직의 색깔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특히 개발압력이 높은 수도권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운영주체로서의 주민 뿐 아니라 개발주체로서의 주민도 함께 발굴해야 한다. 여기서의 개발주체는 단순히 정비사업에 동의하는 “토지등소유자”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행위의 주체”를 의미한다. 이미 서구에서는 “주민 참여형 주택 개발 사업”이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상품으로써의 주택이 아닌, 나와 공동체가 함께 살고 함께 운영하는 주택, 젊은이와 노인이 서로를 돌보는 주택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시작한 도시재생의 방향성은 주거재생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수도권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새로운 방향과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집수리, 리모델링, 정비사업 등 다양한 주민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역의 개발주체로서의 주민과 공동체를 발굴하고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주거재생 이외의 지금까지 담당해 왔던 다른 모든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광명은 여전히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주민, 행정, 정치인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때로는 갈등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도시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 모든 도시가 문제를 갖고 있지만, 모든 도시가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용기를 갖고 있지는 않다. 광명의 도시재생은 지금도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도전하고 있다. 주민협의체 내에 정비사업 분과를 두고 지역의 개발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도시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주택학교를 통해 개발주체를 발굴하고 다양한 개발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흔히들 도시재생은 긴호흡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도시정책은 매우 어렵고 섬세하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동시에 주민의 역량, 시민의식이 함께 성숙해야 한다. 주민의 역량이나 시민의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오랜 시간 동안 지역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도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부디 우리 도시가 긴 호흡으로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도시재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