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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대의 도시재생 이야기] 재난 시대의 도시재생
[황종대의 도시재생 이야기] 재난 시대의 도시재생
  • 선데이광명
  • 승인 2020.04.06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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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시대의 도시재생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와 도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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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황종대
광명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황종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사회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제사회는 근래에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로 크게 당황하고 있다. 올해 7월에 계획되었던 올림픽은 연기되었고, 평소에 즐기던 프로 스포츠가 중단되었으며, 학사일정도 3월에 시작하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도시재생도 예외가 아니다. 각 지역의 주민협의체 모임도, 여러 지역에서 계획했던 도시재생대학도 중단됐다. 많은 지역의 도시재생지원센터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연말 중국의 한 도시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증은 순식간에 중국 대륙에 퍼지고 많은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새롭게 명명한 이 바이러스는 세계화된 네트워크를 타고 불과 4개월 만에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을 초토화하고 있다. 전 세계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역 간의 이동, 국가 간의 인적 교류를 힘들게 차단하고 있으며, 우리도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온 힘을 동원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감염자로 인한 확산을 막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귀국하는 우리의 교민들, 유학생들을 통해서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화, 자유무역, 국가 간 지역 간 교류를 통해 유지되는 글로벌 경제의 시대에 지역 간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 감염증을 차단하기 위해 기한 없이 지역을 국가를 봉쇄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선진국으로 항상 배우려 노력했던 미국과 유럽이 최근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적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외부로부터 조여오는 바이러스의 위기 앞에서 다른 차원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KTX광명역 해외 입국자 전용 공간 마련(해외 입국자들이 철도경찰 인솔하에 열차 전용 칸에 탑승하고 있다)
KTX광명역 해외 입국자 전용 공간 마련(해외 입국자들이 철도경찰 인솔하에 열차 전용 칸에 탑승하고 있다)

 

인간은 관계 중심의 동물이다

인간의 타액과 호흡기를 타고 숙주를 옮겨 다니는 바이러스는 인간이 물리적으로 서로의 타액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식사 공동체는 음식을 통해 서로의 타액을 공유한다. 공중화장실은 서로의 배설물을 접촉하게 한다. 직장의 동료들은 서로 악수를 하고 서류와 물건을 건넨다. 사랑하는 사람은 육체적 스킨십을 통해 적극적으로 서로의 타액을 공유한다. 이렇게 인간은 싫든 좋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 생태계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인간은 상상 이상으로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고 관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지역 공동체이다. 도시재생이 기존의 뉴타운, 재건축 등의 개발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관계”에 주목하고 그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지역 공동체 내의 주민 간의 관계. 민간과 행정 간의 관계, 지역과 지역 간의 관계, 세대 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미래 세대와의 관계. 그래서 도시재생은 우리가 도시를 관리하고 개발하는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주민협의체를 만들고, 민간과 행정이 함께 논의하기 위해 사업추진협의체를 만들었다. 지역의 쇠퇴를 막기 위해 청년들을 지역으로 유치했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 경제 관계를 만들었다.
도시재생이 만들어 놓은 관계 역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온라인 도시재생대학을 만들기도 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나름대로의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그저 조심스러운 예측과 방안을 내놓을 뿐이다. 바이러스감염증의 확산이 단기간 내에 종식된다면 이 모든 시도가 단기간의 해프닝에 끝날 수도 있지만, 1,2년 혹은 그 보다 더 긴 시간을 지속한다면 우리가 관계를 맺는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 대안으로 온라인 네트워크, 비대면 관계를 이야기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인간은 물리적인 관계를 맺기 원하는 본능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물리적인 관계는 인류 생존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도시 공동체의 대안을 온라인 방식으로만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은 이벤트적 대안으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을 제안할 것이나, 도시는 이벤트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도시민의 일상의 삶, 공동체적 삶에 대한 방식을 재정의해야 하고, 이에 따라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 구조의 변화와 공간의 몰락

전쟁기술의 발전은 고전적 도시 공간의 몰락을 가져왔다. 성곽으로 대변되는 중세 도시는 교역, 교통, 통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근대도시로 개편되었고, 자본의 힘을 등에 업고 현대의 거대도시로 확장되어 왔다.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위기, 버블경제의 붕괴, IMF 국제금융 활용 등 몇 번의 위기가 있어왔고, 이로 인해 우리 도시는 대규모 개발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로 점점 변화해 왔다. 바이러스로 인한 국제 경제의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도전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 유통망이 변화될 것이고, 대규모 집적시설을 통한 대량판매의 주도권이 온라인 유통시설로 완벽하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런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다수의 익명 군중이 밀집하는 판매시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점점 쇠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마을은 보이지 않는 성곽의 구조를 요구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을은 관리와 방어를 용이하게 수행할 감시의 구조를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둔화된 경제, 국제적 경제위기는 새로운 공간의 창조보다는 기존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 공간은 완벽한 몰락의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는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도시재생과 생활 밀착형 SOC 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별화된 익명성에 대한 요구와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대량생산되었던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구조 역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의 둔화를 가져올 것이고, 공급 중심의 도시계획은 더는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중심의 주택시장은 더 큰 리스크(위험요소)를 감수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도시 공간의 창조보다는 기존 도시의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사용을 더욱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은 마을 공동체는 보다 작은 규모의 도시의 재구조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활용에 위험도가 높은 대규모 앵커시설 보다는 지역 역량에 맞는 중소규모의 공동체공간의 활용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성곽의 재건, 그리고 지역 거버넌스

시민들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개별행동, 자가격리수칙 위반 등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동선은 세세하게 공개되고 있으며, 정부는 국민에게 계속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는 안전을 위해 지역 단위의 통제, 의심자의 감시와 관리, 규칙 위반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을 수행하고 있다. 공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는 별도의 동선으로 일상에서 격리되어 일정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21세기 최첨단의 도시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커다란 위협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보게 되었고, 민주적인 가치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감시의 구조를 재빠르게 선택했다.
이제 도시적 관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도시 공간의 구조를 요구할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의 안전을 위해 감시와 처벌을 위한 지역적인 네트워크가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도시가 안전을 위해 배타적이고 권위적인 중세의 성곽 구조를 소환한다면, 어쩌면 어렵게 만들어 온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민주적인 지역 거버넌스의 구축이 매우 중요해졌다.

[출처] [도시재생] 광명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광명문화원의 업무협약관련 회의 _ 도시재생대학관련
[출처] [도시재생] 광명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 광명문화원의 업무협약관련 회의 _ 도시재생대학관련

새로운 도시재생 - 광명 도시재생 2.0을 향하여! (Vers Un Renouvellement Urbain!)

도시 공동체는 이제 지역 안전을 함께 책임질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민주적인 가치와 상충되는 감시와 처벌의 구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주민들은 도시 공동체의 참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위협을 받은 도시 공동체는 공동체적 규범을 벗어나는 일탈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깨닫게 되었다. 지역의 안전을 위해서는 서로를 알아야 하며, 단지 아는 것을 넘어서 서로가 연대하는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제 도시민은 이웃을 불러야 한다. 도시 공동체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서 서로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말을 건네자. 지역에 있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활용하자. 지역의 활동가들은 센터를 중심으로 주민의 삶으로 다가가자. 주민은 센터에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정기적으로 지역 내 상황을 파악하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함께 참여하자.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과 주민의 필요에 대응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자. 새로운 도시재생 - 광명 도시재생 2.0을 향하여!